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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다운 축구..

HanDDol 2006. 6. 23. 01:53

요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문구다. 한국다운 축구는 도대체 뭔가? 한국다운 축구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건가? 2002년의 히딩크 아래의 한국 축구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어떤 특징을 띠는 건가? 그리고 그게 다시 재현 가능한 팀이라고 믿는 걸까?

 

개인적으로 축구의 궁극은 토탈 풋볼이라 생각한다. 모든 선수의 적극적인 프레싱, 적극적인 스위칭. 그러나 꿈에 불과할 뿐이다. 기술에 앞서 체력이 필요한데, 이런 적극적인 프레싱과 스위칭을 하게 되면 같은 기량이라면 먼저 체력이 고갈되고 만다. 토탈 풋볼을 만들고 다듬었던 리누스 미헬스가 항상 강조했던 것은 강철 같은 정신력과 체력이었다. 기술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리고 아무도 그 후로 그런 축구를 시도하지 않는다. 궁극의 축구라는 건 다들 알지만, 그걸 현실로 재현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70년대 이전의 축구라면 부분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축구다. 체력을 비축하면서 부분적으로 압박하면 전체적인 압박을 가하는 팀은 체력이 먼저 소진되어 버린다.

 

그러나 2002년 대표팀은 그걸 했다.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그들은 대표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딱 1달만 뛸 클럽 팀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 거의 1년에 걸쳐 다른 일정은 다 버린채 클럽팀만을 위해서 체력을 만들었고, 전술을 만들었던 팀이였기에 가능한 팀이라는 거다.

 

끝없는 압박, 끊임없는 스위칭.. 이건 이제 꿈에 불과한 거다. 다시 1년간 아무 것도 안 하고 국가 대표팀을 만들 수 있나? 그건 이제 불가능한 꿈이라는 거다. 과거의 꿈일 뿐이고..

 

그렇다면 뭐가 한국다운 축구라는 건가? 투혼? 2002년 이전, 항상 우리가 변명처럼 내놓았던 단어가 투혼이란 단어다. 기술이 부족하다면, 투혼이라는 걸로 버텨라. 기술이 부족하면 투혼으로 되는 건가? 그건 패배자의 변명일 뿐이다. 2002년 한국 축구를 다들 칭송하는 건, 그들이 이겼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긴 자만이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긴 자의 말만이 인정되는 것이다. 지면 모든 것은 패배자의 변명이 되는 것이다.

 

2006년 이제 한국은 정상적인 팀 빌딩을 거쳤다. 아니, 오히려 아주 부실한 팀 빌딩을 거쳤다. 겨우 월드컵 8개월 전에 부임한 감독. 8개월만에 16강에서 1승 1무를 이미 얻어냈다. 배부른 자들, 그리고 무지한 자들은 이제 외친다. 한국다운 축구를 원한다고.. 한국다운 축구가 뭔지 알고는 말하는 건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한국다운 축구가 뭔지..

 

깨끗한 패배보다는 지리한 승리가 낫다. 축구를 하면 항상 수비 라인과 그 앞선에 서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항상 축구란 이기는 것보다는 지지 않는 것이다. 지지 않으면 이기게 된다. 이기려고 하다 보면 지게 된다. 너무 조급한 마음에 정상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기는 축구와 지지 않는 축구.. 이기는 축구가 더 멋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나의 능력과 내게 주어진 팀의 능력은 이기는 축구를 주지 않았다. 마찬가지다. 한국팀에게는 아직까지는 이기는 축구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지 않는 축구만이 주어졌을 뿐이다.

 

지지 말자.. 내가 바라는 거다. 끈질기게, 정말 끈질기게 지지 말자. 버텨라.. 끝까지 상대에게 승리를 주지 말고, 끝까지 버텨라.

 

덧말.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그레시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적극적인 압박, 적극적인 전방 공격 이게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오히려 그 바로 바깥에 공간이 생겨 버리고, 적극적으로 전방 공격만 함으로써 오히려 전방 패스를 넘겨줄 공간에 선수들이 없어져 버린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기 좋은 적극적인 압박, 전방 공격만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축구는 정말 개뿔도 모르면서 떠드는 인간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