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동대문 근처에서 쇼핑할 일이 꽤 될 겁니다. 그런데 이 부근은 식당 찾기가 좀 지랄 같죠. 뭐 먹을 만한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들 뜨내기 상대한다는 식의 식당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럴 때 갈만한 곳이 종로 6가 쯤의 사잇길 골목의 식당들입니다. 많은 식당이 있으니, 그 중 하나를 골라잡으면 됩니다. 물론 시장통이니만큼 고급스런 그런 식당은 아닙니다. 저잣거리 식당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겠죠. 그 중 한 종류가 닭 한마리입니다. 여러 군데 가게가 있습니다만, 진할매 집이 젤 나은 거 같습니다.
언제부터 갔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쨌든 가장 괜찮은 닭한마리 집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위치는 종로 6가 기업은행 지점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른 쪽으로 먹자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 따라 한 50m 정도 들어가면 됩니다. 들어가다보면 닭한마리 집도 여러 군데 있긴 한데 어쨌든 그래도 진할매라고 쓰여 있는 곳이 가장 낫습니다.
이 집의 특징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큽니다. 다른 닭 한마리 집은 대부분의 옵션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이 집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습니다.
들어가게 되면 매우 붐비는 데 대충 아무데나 앉으셔야 할 겁니다. 저녁 식사 시간대에 가면 엄청나게 붐비니 그 시간을 피하는 게 좋구요. 들어가서 메뉴는 닭 한마리 하나니까, 닭 한마리 시키시면 됩니다. 단지 양이 문제일 뿐이죠. 제 생각에는 셋이 가면 한 마리 정도가 적당한 듯 합니다. 넷이 한 마리 시키면 나중에 약간 모자라다고 느껴질 정도..
닭 한마리가 오면 옛날 양재기에 담긴 말간 육수에 닭 한마리가 담겨져옵니다. 정말 단순하죠. 그리고 백김치와 소스(거의 고춧 가루)도 같이 오죠. 자신의 입맛에 따라 틀리지만, 맵고 얼큰하게 먹고 싶다면, 백김치와 소스를 좀 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끓는 동안, 자신이 먹을 소스를 만들면 됩니다. 간장, 식초, 겨자를 적당히 주어진 소스와 같이 섞으면 되겠죠. 그동안 닭이 끓어 오르는데, 같이 온 재봉틀 가위와 집게로 적당히 잘라주면 됩니다. 근데, 자르는 게 좀 쉽지 않죠. 어쨌든 닭이 좀 떠오르기 시작하면 대충 익은 겁니다.
다 먹고 나면, 국수 사리를 넣을 수 있는데.. 딱 한 번만 주니, 잘 생각해서 주문하시길.. 모자라면 밥도 볶아 먹을 수 있죠. 그러나 국수 사리가 맛있겠죠. 닭 한마리의 진수 중 하나는 거기에 말아먹는 칼국수니까요..
제 생각에 이 곳의 닭 한 마리는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은 아닙니다. 맛이라기보다는 분위기에 더 큰 좌우를 받는 것 같습니다. 이 곳이 맛 있게 느껴지는 이유도 시끌 벅적한 분위기, 그리고 맘대로 이것 저것 넣어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자유스러움이 맛있게 만드는 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동대문 근처에서 옷이라도 사다 배가 고프면 한 번 들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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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작성 : 2004.2.23
옮겨옴 : 2004.11.26
WRITTEN BY
- HanDDol
여행이란 건 말이지. 첫 걸음을 내딜 때는 모든 게 낯설고.. 그리고 점점 더 낯선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세상의 모든 곳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마지막 걸음에는 나의 고향이 더 이상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