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쯤 축구를 했다. 학교 내에 인조 잔디 구장이 있어서 가끔 대학원 사람들과 축구를 하곤 한다. 어제도 몇 개 연구실과 축구를 하게 됐다. 항상 뛰는 위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다. 요즘은 체력이 안 되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원래 습관대로 그 자리에 서고 만다. 뛰는 사람들은 반은 잘 뛰고, 반 정도는 그저 그런 정도..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다보면 상대방 공격수중 가장 공간을 잘 잡아오는 사람이나 또는 눈에 뛰는 사람을 일차 저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공격해 오는 템포를 늦춰줘야만 우리 수비 라인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주는 까닭이다. 오늘도 역시 상대바 공격 저지를 하게 되는데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외국인이 하나 상대방팀에 끼어 있다.
공간을 잘 잡고 들어오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거의 전담 마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예전 같으면 많이 뛰어서 커트해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간 채우는 걸로 커트하는 건 도저히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실력이 좋은 경우는 공간보다는 사람을 마크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외국인이 공을 잡지 못하게 커팅을 해주는데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개인기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기는 사실 별로 중요하질 않다. 아주 엄청난 실력이 아니라면 뺏으려고 마음먹는게 아닌 템포를 늦춰주리라 마음 먹으면 충분히 커팅해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개인기가 우리 같이 깔끔하게 축구하는 게 아니라 아주 터프하게 축구했으리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터프한 개인기였다.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발목힘으로 터프하게 드리블한다. 커팅을 해주어도 다시 공을 자기 소유로 만들어버린다. 보통 우리 나라애들 중 개인기 좋은 애들은 커팅을 해주면 템포가 늦어져 버린다. 그런데 템포를 늦출수가 없다. 한 번은 일 대 일로 다섯번을 넘게 커팅하고 다시 드리블하고를 반복해 나갔다. 나중에 다리에 경련이 날 것 같아서 붙어줄 수가 없었다.
굉장히 인상 깊어서 어디서 왔냐구 물어봤다. 물론 한국어로 그랬더니 못 알아듣는다. 영어로 물었더니, 브라질에서 왔단다. 브라질 사람과 축구해 보는 건 첨이었지만, 브라질 애들이 어떻게 축구하는 지 대번에 느낌이 왔다. 그냥 개인기가 아니라 터프하고 샤프한 개인기다.
어쨌든 경기 내내 붙어다닌 느낌이다. 거의 공 오는 루트 차단하고 공을 못 잡게 하긴 하는데, 오버 래핑하면 체력이 딸려서 내 자리로 돌아가질 못 하겠다.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잘 수행하질 못 하게 됐다. 이제는 센터백 같은 거나 해야 하나. 센터백 하기에는 헤딩이 딸리는 데.. ㅎㅎ
경기 끝나고 나서 둘만 서로 인사를 했다. 서로 나이스 플레이, 임프레시프한 플레이라고..
다음 번에 보게 될 때는 체력이 되야 하는데.. 일단 체력이 안 되니, 기본적인 마킹이 안 된다.
WRITTEN BY
- HanDDol
여행이란 건 말이지. 첫 걸음을 내딜 때는 모든 게 낯설고.. 그리고 점점 더 낯선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세상의 모든 곳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마지막 걸음에는 나의 고향이 더 이상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