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이야기할 때 항상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은 윙자원, 특히 윙포워드 자원은 넘쳐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그걸 논의하기 위해 먼저 윙포워드가 갖춰야 할 것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토론은 항상 환영합니다.
일단 몇 가지 전제를 놓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첫번째, 특정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글 전체가 피상적/추상적이 될 염려가 있긴 합니다만, 국내 특성상 글에 특정 선수의 이름이 대입되면 그 때부터 이전투구가 되는 양상이 있으므로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 윙 포워드에 중점을 맞추므로 아래 쪽 2선이나 3선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크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즉, 1선인 포워드 라인간의 조율에만 중점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세번째, 세세한 것에 대해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2-3가지 중요 요소에 대해서만 중점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긴 글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짧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네번째, K 리그내에서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선수들의 K 리그 내의 플레이와 국대 플레이 스타일 사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니까요.
어쨌든 각설하고..
윙 자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터치 라인을 치고 달리는 스피드*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도 이에 대해서는 절대 부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 윙포워드 들에게 터치라인 스피드가 빠르냐고 묻는다면 저는 당연히 빠르다고 이야기합니다. 세계적인 수준에 달할 정도로 빠른게 한국 윙포워드들입니다.
그렇다면 그 외에 뭐가 필요한가? 이에 대해서는 첫번째 키워드가 윙포워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포워드란 단어입니다. 포워드란 건 말 그대로 최전방 라인입니다. 최전방 라인은 결국 골을 위해서 존재하는 라인입니다. 즉, 터치라인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항상*포워드는 PA 안에 존재*해야 합니다.
한국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렇지만 명목상 3톱을 쓰긴 합니다만, 항상 원톱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즉, 3톱인데도 불구하고 골 에이리어 근처에는 항상 원톱만이 존재하는 기이한 현상이 보여왔습니다. 3 포워드인데도 불구하고 골을 노리는 포워드는 한 명이라는 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그런 걸까요? 한국 축구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자면..
일단 센터 포워드는 항상 PA 안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왼쪽 윙포워드와 왼쪽 미들 라인이 터치라인을 따라서 공격을 전개할 때, 오른 쪽 윙포워드는 어디 있는걸까요? AM이 독특한 위치를 점하지 않는한, 제대로 된 윙포워드라면 포워드라는 단어에 걸맞게 자신도 PA 안으로 들어와줘야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CF와 RWF 가 Near Post와 Far Post를 서로 분담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 상태라면 최소한 수비는 3명이 붙어줘야 한다는 거죠. 그럴 경우 LWF에게는 한 명의 수비만 존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한 RWF의 배후 공간과 AMF의 공간 역시 상대방의 미들 라인이 커버해줘야 합니다.
근데 현재 한국 축구는 그러한가라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한국 윙포워드의 고질적인 병폐중 하나가 반대쪽 터치라인으로 전개하고 있는데, 왜 자신은 계속 반대쪽 터치라인에 남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윙포워드도 포워드입니다. 그렇다면 골이 목표입니다. 골은 골에 가장 가까운 곳에 얻을 수 있습니다.
즉, 항상 말하는 한국의 고질적인 원톱 문제는 원톱의 문제라기보다는 윙포워드들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항상 일본과 비교하지 않습니까? 한국은 센터 포워드만은 항상 일본보다 나아왔다. 근데 왜 원톱 부재라고 이야기할까요? 이는 원톱이 문제가 아닌 다른 쪽의 문제도 같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겠죠.
또 하나 .. 한국 축구의 윙포워드는 전술했듯이 세계적인 수준의 터치라인 플레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상대 수비에게 자꾸 끊기는 걸까요? 세계적인 수준인데도요? 상대 수비가 세계적이어서 일까요? 근데 아시아 축구도 못 뚫는데요? 정말 개인기가 부족한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하지만 시스템 문제가 아닌 윙포워드 자신만의 플레이 성향으로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면.*터치라인 플레이만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들자면, 예전부터 DMF나 WB만을 고집해왔습니다. 그런데 윙플레이하는 선수 중 터치라인만으로 빠르고 개인기 좋은 선수를 무서워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런 선수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터치라인쪽으로 계속 쭉 밀어내주면 됩니다. 그 선수의 목적은 결국 골 얻자는 건데, 터치라인 쪽으로 쭉 엔드라인 까지 밀어내주면 그 선수가 해줄 건 크로스 밖에 없습니다. 물론 윙포워드가 상대방 수비를 완전히 뛰어넘는 기량을 보인다면 아주 좋죠. 근데 그건 좀 힘들죠.
말하자면 한국 윙포워드들은 터치라인 플레이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수비수 입장에서는 원하는대로 해주게 하면 됩니다. 그 뒤에 할 건 하나밖에 없으므로 막는 건 쉽습니다. 이는 개인기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수비수의 목적은 결국 하나입니다. 상대방 공격수의 선택 옵션을 줄이는 것입니다. 반대로 공격수는 자신의 선택 옵션을 최대한 늘리는 게 최선의 공격입니다. 그런데 한국 윙포워드는 터치라인 플레이만을 고집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최대 장점을 죽여 버립니다. 즉, 중앙 쪽으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있어야 합니다. 터치라인만으로 치고드는 플레이가 아닌*중앙으로 치고 들어가줘야*합니다. 그렇게 되야 상대방 수비수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세번째 정확한 크로스.*부정확한 크로스*.. 이 문제도 역시 두번째의 문제와 아주 큰 연관이 있습니다. 공격 옵션은 터치라인 플레이만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크로스를 막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러니 부정확한 크로스가 나올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크로스를 막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크로스를 시도하면 당연히 부정확할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몇 가지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은 윙포워드는 많지만, 정말 쓸만한 윙포워드 자원이 엄청나게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네가지 조건 중에서 첫번째 조건만을 만족할 뿐이지. 나머지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윙포워드는 엄청나게 부족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한다면, 사실 올해 이전까지의 국대 윙포워드 자원 중에 위 조건을 어느 정도 만족하는 선수는 2명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어찌 보면 계륵이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첫번째 조건을 만족하니, 쓰고 싶긴 하지만.. 나머지 조건을 만족 못 하죠.
그나마 위안을 삼는 건 올해 새로운 뉴페이스의 윙포워드/사이드미들 자원중에서는 언급한 플레이를 해주는 선수가 있다는 걸 정말 눈물나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 선수들이 어떻게 커갈지 정말 기대가 되기도 하구요.
짧게 쓰려고 했지만, 길어졌네요. 모두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