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반 정도를 쓴 iBike를 팔아버렸습니다. 팔아버린 이유는 iBike 파워 미터 자체가 성능이 안 좋다거나, 아니면 파워 미터 자체에 다른 문제가 있다는 그런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iBike 자체의 기능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었고, 장점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왜 팔아버렸느냐? 뭐 새로운 파워 미터를 사려는 것도 있었지만, 너무 짜증나게 하는 iBike 제조사의 행태 때문에 판매 해버렸습니다.
iBike 심박계를 포함한 풀셋의 가격은 대충 700$가 넘습니다. 뭐 싸봐야 1000$ 선인 기존 파워 미터와 비교하면 싸다고 볼 수도 있죠. 근데 정확히 해야 할 건 iBike는 파워 미터가 아닙니다. Power Calulator죠. 즉, 파워를 직접 측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요인들을 조합하여 파워를 산출하는 방식인 겁니다. 말하자면 외부 요인이 바뀌면 측정된 파워가 정확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면, 드랍을 잡을 때와 후드를 잡을 때 오차가 생긴다는 이야기입니다.
iBike가 아닌 다른 파워 미터는 대충 1200$ 정도면 삽니다. 뭐 SRM이나 비싼 모델을 제외하고 Ergo나 PowerTap 모델 이야기입니다. iBike가 한 500$ 정도 싸죠.
그러면 지금까지 제가 쓴 돈을 생각해보죠. 저는 iBike 아주 초기 모델 사용자입니다. 그 때 당시는 아마도 550$ 근처에 샀을 겁니다. 그리고는 심박기가 따로 나왔죠. 그래서 한 300$ 넘게 썼을 겁니다. 대충 900$가 날아갔죠. 그리고 뭐 중간에 들어간 돈까지 합치면 1000$가 넘습니다. 뭐 초기 사용자를 위한 배려 같은 건 개뿔 없더군요. 여기까지는 저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부다 하고..
근데 결정적으로 저를 열받게 한 사건은 Trainer 모드와 Garmin GPS 지원 부분이었습니다. 즉, 실내 Trainer를 사용하려면 100$를 내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합니다. 또한 Garmin GPS 지원 부분도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100$를 더 내야 합니다. 그러면 제가 써야 할 돈은 얼마가 될까요? 1100$입니다. 중간에 사사로이 든 돈은 제외하구요.
그럼 다른 파워미터는 1200$(뭐 정가는 아닙니다. 그리고 풀 세트도 아니긴 합니다만)입니다. 딱 100$ 차이죠. iBike보다 더 나은 기능을 지원합니다. 그러나, iBike는 또 다른 펌웨어를 내놓으면서 저를 빡돌게 함으로써 1200$을 훨씬 넘게 쓰게 만들겁니다. 그리고 다른 파워 미터에 당연히 존재하는 그런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또 다른 돈을 요구할 겁니다. 과연 iBike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차라리 정확히 제대로 측정하고 추가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 다른 파워 미터를 사고 말렵니다.
앞으로 어떤 기능을 내놓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마다 100$씩 더 내놓으라고 할 텐데.. 앞으로 한 2년 쓰면 1500$도 훨씬 넘을 것 같습니다. ㅎㅎ ..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그런 기능들이 100$ 어치가 있다면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 보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지원하는 Trainer 기능을 복잡도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누군가가 기존의 데이터를 받아서 그냥 웹에서 보정할 수 있도록 만든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내부 계산 수식의 간단한 보정만으로 끝납니다.
Garmin GPS의 지원 역시 iBike가 원래 ANT+ 기술을 쓰고, Garmin 역시 ANT+ 기술을 사용하므로, 두 장비는 서로 센서를 읽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원이고 나발이고 없습니다. 원래 지원되는 거니까요. 말 그대로 걍 디스플레이에 숫자 하나만 더 표시해주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 간단하죠.
그런데 그런 기능들이 100$나 주고 업글할만큼 대단한 기능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나중에 얼마나 대단한 기능이 추가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때에 요구할 돈은 얼마일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여튼 열받은 나머지 일단 팔아버렸습니다. 어떤 파워 미터를 살지는 지금 고민중입니다. 앞으로 1-2달 내에 유럽에 갈 것 같기도 하고, 그 때 사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당분간은 파워 미터, 아니 계기 종류 없이 지내려고 생각합니다.
WRITTEN BY
- HanDDol
여행이란 건 말이지. 첫 걸음을 내딜 때는 모든 게 낯설고.. 그리고 점점 더 낯선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세상의 모든 곳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마지막 걸음에는 나의 고향이 더 이상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