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앙 척추 라인이다. 미드 필더를 말하는 게 아닌.. 공격-미들-수비의 중앙을 차지하는 선수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2002년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중앙 라인에서 튼실한 선수들이 차지해줬다는 거라고 생각한다. 압박, 많이 뛰는 것 이런 것 역시 중요하긴 하지만, 그 이전에 팀의 척추를 차지하는 선수들이 튼튼해야 한다. 2002년에는 그 척추를 차지하는 선수들, 황선홍, 유상철/김남일, 홍명보가 팀을 받쳐줬다. 항상 어떤 팀을 보면 그 팀의 척추를 차지하는 선수들을 쳐다본다. 그런 팀은 쉽게 지지 않는 팀이다. 그 후 수비라인, 양날개를 쳐다본다. 양 날개는 화려해 보이긴 하지만, 팀의 중심은 아니다. 수비 라인 역시 중앙 척추가 무너지면 가중되는 무게감으로 인해서 무너져버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표팀은 중앙 라인은 로스트 상태다. 그 허리중 김남일은 남아 있지만, 나머지는 완전 로스트 상태다. 혼돈 그 자체다. 사실 이동국의 팬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차지하는 이동국의 위치나 가치를 인정하며, 그에게 연민 같은 것을 느낀다. 그래서 이동국이 한국 대표팀에서 사라져 버린 순간 월드컵에 대한 기대는 버렸다. 그 척추 라인의 공격 중심이었던 이동국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최대의 옵션인 박지성은 그 척추의 공허함을 받치기 위해서 미들의 중심으로 내려와야할 것이다. 자신의 최대 강점인 윙포워드는 포기하고 말이다.

 

그 이전까지의 기대하는 중앙 라인은 이동국 - 안정환/김남일 - 김진규 였다. 김진규가 불안하긴 하지만, 우리 미래라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다. 수비 라인 중 가장 나이 어리며 포백의 중앙을 담당할 수 있는 인재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향후 10년 넘게 우리 수비 라인을 버텨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동국이 사라지면서 이 라인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안정환은 이동국과 다른 타입이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한다. 이동국이 사라지면서 안정환도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박지성은 할 수 없이 미들로 내려와야 한다. 김남일은 무너진 포메이션에서 무리하게 여기 저기를 커버해야 한다. 여기까지 무너져 버린 라인은 김진규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무리한 미들 전개 이에 따른 수비력 저하, 이건 수비 라인에는 치명적이다. 나이 어린 김진규에게는, 아직까지 만개하지 않은 그에게는 너무나 무리한 요구다.

 

중앙 척추가 무너져버린 이상 사이드 역시 펼칠 수 없다. 중앙 척추가 튼튼하지 않으면 사이드는 너무나 빤한 공격 옵션이 되어 버린다. 아무나 막을 수 있는 옵션이 된다. 양 날개 중 한 쪽만 남아 있는 날개로는 너무나 날기 힘들어 보인다. 아마도 날지 못할 것 같긴 하지만..

 

그러나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한 가닥 희망의 끈을 가지고는 싶다. 한 쪽 날개로만으로도 비상하는 걸 보고 싶긴 한다. 힘든 희망이라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WRITTEN BY
HanDDol
여행이란 건 말이지. 첫 걸음을 내딜 때는 모든 게 낯설고.. 그리고 점점 더 낯선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세상의 모든 곳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마지막 걸음에는 나의 고향이 더 이상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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