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플레이 메이커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에서 너무나 과장된 플레이 메이커라는 단어 때문에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플레이 메이커, 말 그대로 게임을 만들어가는 플레이어다. 그러나 축구라는 게임의 속성상 패스 하나로 게임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게임의 흐름을 자신의 팀에 유리하게 한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플레이메이커라는 선수를 골에 직접 관여하는 환상적인 패스를 하는 선수로만 생각한다. 말하자면 플레이메이커=Attacking 미드필더 정도로 생각한다. 그게 싫을 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와는 틀리다. 플레이 메이커란 골에 관여하는 직접적인 패스보다는.. 공을 받는 즉시 이후 4-5번의 패스를 거쳤을 때 어떤 사이드가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상대편의 골 에이리어에 다가가는 지 결정한 후 그 쪽으로 패스를 주는 게 플레이 메이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거기에 가장 적당한 위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보다는 뒤쪽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위치가 플레이 메이커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공을 받은 즉시 이후 공격 방향을 결정해주어야 한다.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공이 가서 공격 방향을 결정하게 되면 현대 축구에서는 이미 늦다. 그 상황이 되면 이미 프레싱이 이루어진 뒤다. 말하자면 DMF 정도의 2.5선 위치가 플레이메이커로 가장 알맞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축구의 전술에서 핵심이 되는 것 역시 항상 DMF 였다. 게임의 흐름을 가장 효과적으로 바꾸어줄 수 있는 플레이어가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격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패스를 해줄 수 있는, 그리고 상대방의 공격 방향을 알아내서 그 공간을 블럭해주면서, 수비에서 공격으로 방향을 결정해주는 플레이 말이다. 그 후 공격 방향이 결정되면 AMF나 포워드 라인이 밀고 올라가면서 다시 그 배후 공간을 DMF 가 점해주면서 끊임 없는 공격의 시발이 되야 한다.
물론 이런 전술의 핵심에는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한 DMF 뿐만 아니라 빠른 측면 미드 필더,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개인기를 가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필요하긴 하다. 그렇지 않으면 롱패스만이 가능해져 버리니까..
플레이 메이킹에서의 패스는 킬 패스가 아니다. 게임의 흐름을 결정해주는 단순 명료한 패스다. 하지만, 단순 명료한 그 패스가 상대편의 수비 밸런스를 완전히 무너 뜨려 버린다.
WRITTEN BY
- HanDDol
여행이란 건 말이지. 첫 걸음을 내딜 때는 모든 게 낯설고.. 그리고 점점 더 낯선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세상의 모든 곳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마지막 걸음에는 나의 고향이 더 이상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임을 알게 된다.